고흐와 고갱의 연애

1. 연애는 천박하게 말하자면 물리적인 사건이었을 것 같아요. 네가 처음 나를 만났을 때, 그리고 첫 키스와, 침 냄새와, 의외로 심한 너의 암내나 발냄새.... 발꿈치에 붙인 대일밴드나... 뭐 이런 것들 말이에요.

2. 처음 지원이 마붑에게 늘상 꺼내는 초기 연애의 기억들은 저런 기억들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. 마붑이랑 처음 키스한 날, 마붑이랑 처음 손 잡은 날, 마붑이랑 처음... 어머나 유치해라.

3. 근데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. 만약 저 장면들이 모조리 불가능했을 때, 지원의 입에서 나오는 연애의 기억들은 어떤 것일까. 더 궁금하잖아요.

3-1.어쩌면 혀와 혀의 기억이라든가, 갑자기 유체이탈해서 침이 뚝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거나, 마붑이 손을 너무 꽉 잡아서 손가락이으스러질 뻔 했지만 괜찮아♥ 이런 것들은 연애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메타포일지도 모르는데, 저런 메타포가 없으면 지원은 무엇으로연애를 지탱해 나갈까. 뭐 마붑이야 바람 피면 되는거구요.

3-2. 아마 지원의 연애는 '마법의 성 같은 곳' -> '마법의 성'이 아닐까 싶어요. 오늘 시나리오에서 본 저 대사는 마붑과 지원의 연애가 어떻게 파국으로 이르는지에 대한 중요한 복선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.

4.물론 어떤 물리적인 접촉도 없는 연애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. 세상이 넓으니 있을법도 하겠죠. 그렇다면 지원과 마붑의 거리를채우는 건 언어가 아닐까 싶은데, 지원이나 마붑이나 딱히 언어가 풍부하거나 깊은 사람은 절대로 아니잖아요. 그렇다고 지원이(아마 지원을 뮤즈로 했을 법한) 마붑의 '연애기 작품'에 깊은 감흥을 받을 것 같지도 않아요. 왜냐면 마붑의 작품은 마법의성에 어울리지 않거든요.

5. 계속해서 지원의 연애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. 지원이 어떻게 마붑을 사랑하게 되었는가. 뭐 이딴 질문은 좀 제끼구요. 연애하고 있잖아요. 그리고 전 지원이 알흠다운 연애를 했으면 바란다구요.

6. 접촉 없는 연애는 가능하지 않아요. 하지만 지원의 연애는 제가 본 어떤 연애보다 절박해요. 지원은 어떤 것에 절박한걸까요.

7.마붑도 참 비열해요. 지원에게 접촉의 가능성을 열어보려 노력해야해요. 이게 우리네 어여쁜 연애의 힘이잖아요. 그렇지 않고 지원을붙잡아두는 건 뭐 때문일까요. 왜 지원과 관계할까요. 지원의 관계에서 마붑은 뭘 바라는 걸까요. 에헤라이. 이게 사랑인가요..

8. 제가 자꾸 야한 이야기만 했나요.......

6-1.지원의 사진은 어떨까 궁금해요. 지원이 자기 밖과 관계하는 유일한 수단이잖아요. 이 여자는 그래요. 자기를 경계로 안/밖이아주아주아주 분명한 것 같아요. 그냥 언듯 떠오르는 이미지로는.. 지원이 가까이 가봤자 마붑의 파사드일 거에요. 그 이하로는절대 다가가지 않을 것 같아요. 아니면 극단적으로 가까이 찍든가요. 마붑의 눈알, 눈곱, 손톱, 배꼽의 때 등등...

9. 오늘의 사건은 어쩌면 촬영 직전에 확실히 하지 않고 넘어간 탓도 있는 것 같아요. 저로선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. 근데 이렇게 되면 많은 시나리오가 바뀌어야 할 것 같거든요.

10. 에스삐린. 영화 내에서 지원의 스킨쉽은 에스삐린과의 스킨쉽이 유일할 것 같아요. 하지만 그 스킨쉽은 너무 일방적이에요. 그래서 좀 무서워요.

11. 아마 고흐가 이렇게 연애하다 고갱한테 채였을 것 같아요...

by Joeaney | 2008/05/27 02:59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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